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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파라 아이스하키,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출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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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11-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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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 11월을 기다려 왔다. 가족들과 축하할만한 기념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식 배당금이 들어오는 시기도 아니다. 내년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동계 패럴림픽에 ‘파라 아이스하키가 출전티켓을 따느냐 못따느냐’ 중요한 예선 토너먼트가 노르웨이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파워풀한 경기가 매력인 파라 아이스하키는 장애인 스포츠를 대표하는 전세계적 인기 종목이다@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파워풀한 경기가 매력인 파라 아이스하키는 장애인 스포츠를 대표하는 전세계적 인기 종목이다.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한국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 11월11일 노르웨이 예스하임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최종 예선전 마지막 경기에서 슬로바키아에 1대2로 지며,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 첫 출전 이후 연속 패럴림픽행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을 못넘었다.

내년에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슬로바키아와의 마지막 경기 패배로 우리 대표팀은 5회 연속 패럴림픽  진출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내년에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슬로바키아와의 마지막 경기 패배로 우리 대표팀은 5회 연속 패럴림픽  진출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에는 8개국이 출전한다. 상위그룹인 A풀 결정전에서 미국, 캐나다, 체코, 중국,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 쿼터가 확정됐고, 이번 대회에는 A풀 그룹에서 패럴림픽 출전 순위에 들지 못했던 슬로바키아(6위), 한국(7위), 노르웨이(8위)와 B풀 소속의 일본, 스웨덴, 카자흐스탄이 남은 2장의 티켓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탈리아는 B풀 소속이지만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이미 확보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경기 경험을 쌓기 위해 승부와 상관없이 출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스타일(?) 구기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전력이 노출되고 강팀과 겨뤄 패배 전적을 보여주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은 첫 경기인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2대1로 승리하고, 스웨덴에 4대2로, 카자흐스탄에 7대0으로 완승, '3승'으로 파죽지세를 이어갔지만 홈팀인 노르웨이에 0대2로 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최종전인 슬로바키아에 패하며 3승2패를 기록했다.

한국에 유일하게 패했을 뿐 노르웨이에 8대2, 슬로바키아에 3대2로 승리한 '4승1패'의 일본과 일본에 유일하게 패한 '4승1패'의 슬로바키아가 나란히 밀라노행 티켓을 따고 예스하임 경기장 빙판을 경기용 스틱으로 두들겨대며 시끄러운 자축 파티를 열었다.

내년 패럴림픽 파라 아이스하키 최종 예선전 첫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을 상대로 2대1로 승리해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내년 패럴림픽 파라 아이스하키 최종 예선전 첫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을 상대로 2대1로 승리해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회에서 우리나라 파라 아이스하키는 동메달을 따며 잊지못할 장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당시 경기를 관람하러 온 문재인대통령 내외와 빙판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국가를 불렀으니 말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TV중계를 보는 국민들에게 ‘운동으로 이렇게 애국하고 있다’를 증명한 것이다. 평창대회 이후 2023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4위까지 했던 파라 아이스하키는 왜 내년 패럴림픽 티켓을 놓치고 15년만에 B풀 강등이라는 위기를 맞은 것일까?

패럴림픽은 장애인종목 중 가장 대표적인 파워스포츠이다. 집중력과 기술, 그리고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경기시간도 15분씩 3피리어드로 진행된다. 선수교체도 수시로 해주어야 한다. 지친 선수들이 제때 휴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경기용 썰매(슬레이지)의 회전력과 공기저항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주기에 절단장애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기도 하다.

휠체어농구선수가 농구만 잘해서는 득점을 할 수 없고 휠체어 작동 기술이 탁월해야 하듯, 파라 아이스하키선수는 썰매를 잘 제쳐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썰매의 날(블러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니 특별한 반복훈련도 필수적이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해야 이 모든 기술이 잘 닦이고 발휘된다.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이 발표한 국가 랭킹. 우리나라가 A풀에서  B플로 깅등되고 랭킹이 9위임을  표기하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세게파라아이스하키연맹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이 발표한 국가 랭킹. 우리나라가 A풀에서  B플로 깅등되고 랭킹이 9위임을  표기하고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세게파라아이스하키연맹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 전 종목의 문제인 선수 고령화와 신인선수 발굴이 아이스하키에도 큰 과제이다. 이번 슬로바키아전에서 골을 넣은 장동신은 평창 패럴림픽 주역이기도 하다. 베이징 패럴림픽 한민수 감독이 신인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국가대표로 만든 고등학생 선수 3명이 있으나 이들은 종목 최소연령인 만 16세에 도달하지 못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파라 아이스하키의 이번 탈락은 경기장 부재와 실업팀 기근이라는 근본 문제와도 관련 있다. 이번 정부는 평창패럴림픽의 레거시 사업인 반다비체육센터를 오는 2030년까지 기존 150개소에서 160개소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종목특화형으로 아이스하키를 할 수 있는 빙상장이 포함된 건립계획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표팀은 지난 여름 유례없는 가뭄 속에 강릉빙상센터가 휴장하면서 훈련양도 부족했다.

실업팀 역시 2006년 평창대회를 앞두고 만들어진 강원도청팀이 유일무이한 존재로 제대로 된 상대없이 연습과 경기를 이어오고 있다. 실업팀이 없다보니 국가대표 대부분이 포진한 강원도청 소속 선수들에게는 퇴로가 없어 은퇴도 못하고 지도자로 변신도 어렵다. 당연히 종목의 신진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세계의 벽은 높아지고 있는데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협회 운영까지 파행이 계속 되고 있다.

파라 아이스하키의 뼈 아픈 패럴림픽 탈락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에서 최근 들어 가장 소규모의 선수단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최지가 밀라노와 코르티나 두군데로 분산된 이번 패럴림픽에 아이스하키가 열리는 밀라노에 한국선수단은 여장을 풀 수 없게 되었다.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노우보드, 그리고 휠체어컬링은 산악지대인 코르티나에서 경기를 갖는다.

내년 동계 패럴림픽 진출을 확정 짓고 환호하는 일본 파라 아이스하키팀.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내년 동계 패럴림픽 진출을 확정 짓고 환호하는 일본 파라 아이스하키팀. ©세계파라아이스하키연맹
우리나라 파라 아이스하키는 2000년 말 강습회를 통해 일본에서 들어왔다. 그러나 일본은 우리와 똑같은 문제로 쇠락을 거듭해 지난 베이징 패럴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B풀까지 강등되었던 일본이 이번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감격적으로 따냈다. 일본의 분투를 반면교사 삼아 파라 아이스히키가 다시한번 비상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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