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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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 장애인 문화예술정책, 창작과 향유 하나라도 깨지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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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01-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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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화예술을 보면 또 재미없는 것이 있습니다. 창작자 관련 정책은 줄지어 등장하는데, 정작 즐길 권리에 대한 정책은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균형이 맞지 않은 정책이기도 합니다.

문화누리카드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누리카드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은 최근 들어서 많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무 규정까지 두게 될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러한 이면에는 장애 대중이 문화예술을 즐길 권리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문화누리카드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의 문화누리카드로는 ‘성에도 차지 않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일단 문화누리카드는 비용만 보조해 줄 뿐이며, 그다음으로 문제인 것은 월간 13만 원이 아닌 연간 13만 원(2024년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대중들의 문화생활 욕구와 그 상황 변화로 인해 유튜브 프리미엄 · 넷플릭스 등의 이용료 결제만으로도 다 채워지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영화관보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의 인기가 올라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전체 장애인 지원이 아닌 기초생활수급대상자나 차상위계층 전용이라 그 수준 이상의 생활을 하는 일반적인 장애인들에게는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문화생활 수준은 각 장애 유형이 아닌 생활 스타일에 따라 다른 요소가 매우 많은 편이기도 합니다.

필자가 2023년 6월에 관람한 '식스 더 뮤지컬' 관람 입장권. ⓒ장지용

제 자폐인 친구는 공연 같은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고, 저는 야구 시즌만 되면 야구장 갈 궁리도 적당히 하면서 주제만 좋으면 공연 같은 것도 보러 갈 성격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식스 더 뮤지컬⟫을 보러 간 것도 작품 소재가 제게는 매우 친숙한 소재인 실제 역사, 그것도 제 종교적 사고관념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는 시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대놓고 뮤지컬 관람에 도전한 것일 정도입니다. 제가 만난 다른 장애인은 책 사는 데에만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했다고도 이야기하는 등 장애인마다 욕구는 다른 편입니다.

그래서 비용으로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 또 놓치는 지점은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과 어떤 것을 즐길 것인지에 대한 접근 문제와 정보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일 것입니다.

즐길 거리, 즉 향유권에 관한 문제는 장애인 문화예술정책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정작 논의되는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장애인들도 문화생활 욕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먼저 걱정해주길 바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려진 소문처럼 현 정부의 권력 집단인 검찰 집단의 관계자 자녀가 발달장애인 예술인이라서 밀어준다는 이야기도 있고, 과거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덮어씌우기’ 적인 정책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문화예술 육성이라고 겉에 써놓은 것 같다는 뭔가 ‘워싱’(특정 부정적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덮으려는 시도) 당한 느낌도 살짝 있습니다.

실질적인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에서 향유권을 위한 정책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마치 한쪽 축에만 기울어진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즐길 권리도 없는데 무슨 장애인 문화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은 느낌입니다.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은 이렇게 자꾸만 ‘만들 권리’만 강조하지, ‘즐길 권리’에 대해서는 전혀 느껴지는 것이 없어서 무언가 허전한 느낌입니다.

일단 제 욕구를 설명해보자면, 저도 사진작가로서 여건만 되면 국내 거장의 사진전이나 제가 대학 입학을 제때(2008년) 성공하면 기어이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진짜로 사진전공 대학생이 되어 보게 된 ‘매그넘 한국전’(2008년) 같은 대규모 사진전은 일단 선택 우선권 중 하나입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역사유물 전시회로 오는 3월 10일까지 진행되는 '화력조선Ⅱ' 공식 포스터. ⓒ국립진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역사유물 전시회로 오는 3월 10일까지 진행되는 '화력조선Ⅱ' 공식 포스터. ⓒ국립진주박물관
사진전 이외에도 여건이 되면 역사 유물 전시회 이런 것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최근 벼르고 있는 역사 유물 전시회는 개최 장소 특성상 경상남도 진주시까지 가야 하지만 국립박물관 중 군사(軍史), 특히 임진왜란 관련 특화 박물관이기도 한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오는 3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임진왜란 이후 화약 무기 유물 전시회인 〈화력조선Ⅱ〉입니다.

거기에 자주 이야기하지만, 제가 응원한다는 SSG 랜더스를 응원하기 위해 꼭 찾아야 하는 인천SSG랜더스필드 입장권도 일정만 맞으면 예매해야 할 것입니다. (2024시즌부터는 티켓링크를 이용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가끔 영화나 공연 같은 것도 주제만 맞으면 얼마든지 ‘콜!’을 외치며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 구독권도 있으니 심심하면 컴퓨터로 넷플릭스 화면을 열어서 편의점에서 판다는 ‘넷플릭스 팝콘’을 먹으면서 여러 작품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나마 정보 접근 수준이 매우 높아서 얼마든지 갈 수만 있다면 가는, 대신 돈 걱정만 하면 되는 사안이라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장애인들은 이러한 향유권을 누릴 수 있는 정보 제공부터 비용 지원 등부터 시작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사안이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 문화예술정책이 창작 지원도 중요하고 기회 보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즐길 권리, 즉 향유권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앞뒤가 맞지 않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창작을 백날 한다고 해도 결국은 즐길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입니다. 저도 사진을 찍고 글을 쓸 줄 안다지만 나중에 가면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이나 역사유물부터 이제 곧 다가올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즉 정규리그 경기에 OTT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가끔 읽는 책까지 등등 즐길 거리 리스트를 뽑으라면 매우 많을 것입니다. 거기에 해외여행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책자 하나를 만들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안 그래도 총선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이라는 또 다른 과제도 함께 이야기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 지원은 강화되었다고 해도 그 반대 축인 향유권의 발전도 대단히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어서입니다. 창작만 활성화하기엔 우리는 즐길 것이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은 많습니다. 결국, 창작만 하다가 결국 즐기지는 못하는 ‘그림의 떡’이 될 것입니다.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만큼이나 향유도 중요합니다. 두 축의 한쪽만 깨져도 사실은 위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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