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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정신질환과 정신장애, 심리사회적 장애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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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1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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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의 중간 경험엔 정신질환이 있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은 단순히 정신장애의 길목에 위치하는가는 깊이 이야기해볼 수 있다. ⓒ pixabay정신장애인의 중간 경험엔 정신질환이 있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은 단순히 정신장애의 길목에 위치하는가는 깊이 이야기해볼 수 있다. ⓒ pixabay

【에이블뉴스 김세이 칼럼니스트】우리는 흔히 정신질환, 정신장애라는 말을 같이 사용한다. 차이를 찾자면 정신질환은 DSM-5나 ICD-11 등의 진단 기준이 적용되는 의학적 개념 내지는 진단명으로 흔히 이해되고 있다. 또한 정신장애는 지속적인 기능 상태의 고착화 개념 내지는 사회적·법적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심리사회적 장애는 UN CRPD(장애인권리협약)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낙인 등의 권리 침해에 초점을 두는 국제 인권적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식 용어인 정신장애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고 있다.

사실 이렇게 사전적 정의에 가까운 말을 적어놓아도 둘은 '이렇게 다르다'는 감이 와닿지는 않는다. 장애와 질환은 법적 장애인 등록 여부에 따라서 가려진다는 말인가가 그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지점은 정신질환도 양극성 장애나 강박장애, 섭식장애 등 '장애'가 붙은 이름으로 진단되곤 하는데 무슨 차이인 것인지가 있다. 이런 식의 의문이 따라오는 것이 이상할 것 없을 일이다.

장애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에서의 혼란

이렇듯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 장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혼란이 따르게 된다. 여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의미가 다르다곤 해도 '장애'의 이름으로 진단을 받은 후 기능의 손상과 사회적 차별이 성립한다. 경우에 따라선 스스로의 장애 정체성 형성도 성립할 수 있다. 사회기능적으로 지속적인 제약은 오히려 성립하기 매우 쉬운 축에 든다.

'병 있는 사람'과 '장애인'의 사이에서, 자신이 장애인은 아닌 것 같은데 장애인이 맞는 것 같은 것. 이러한 정신질환인의 모습은 곧 장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드러내 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정신질환이냐, 정신장애냐를 구분해서 묻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이다. 둘은 전혀 달라 겹치지 않는 두 개념도 아니며, 어느 지점까지는 정신질환이고, 어느 지점을 넘으면 정신장애라는 개념도 아니다.

즉 대부분의 경우 정신장애인은 정신질환인 '출신'인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인이며 정신장애인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신질환은 의학적 개념이라 DSM이나 ICD 류의 질병분류 범주가 사용되고, 의료 체계 안에서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즉 증상과 치료를 다루는 것이 중점이 된다.

이에 따라 사회적, 인권 모델을 선호하는 당사자단체 등에서는 정신장애라는 표현을 법적 장애인 인정보다 넓게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미등록 정신장애인을 배제하는 일을 현실적인 선에서 최소화하는 것도 이런 과정에 속한다.

이는 자의적인 용어 사용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장애의 구성 요소들 및 지속적인 사회적 기능 문제, 사회참여에의 차별 등을 고려하여 그 근거를 갖추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인이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의 의학 모델, 사회 모델, 인권 모델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권리의식의 발전과도 연결된다. 이는 정신장애인보다 정신질환인의 정체성을 갖는 당사자라 하더라도 연결에서 끊어지지 않는 문제이다. 

'정신질환인'이 정신장애인 권익을 말하면

정신질환인이면서 정신장애인일 수 있다고 앞서 얘기했듯이, 이 문단의 제목을 더 정확히 하면 법적 정신장애인이 아닌 정신질환인이 정신장애인 권익을 당사자 위치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도가 되겠다.

내지는 정신장애인보다 정신질환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정신장애인 권익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를 담고 있기도 하다.

주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권익운동으로 여겨지는 제도권 내의 복지와 고용에 대해서도 물론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차별받는 경험의 주체로서 정신질환 경험자 전체를 포괄하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의료에 대해 필요한 권리 인식에 대한 목소리도 그 중 일부이다.

UN CRPD(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인권과 권익의 관점에서 정신질환인이 당사자로서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을 정당하게 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 UN CRPD에 언급된 정신적 손상(Mental Impairment)이 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다양성 측면에서 정신질환은 신경적·감각적·정서적 특성으로, 정신장애는 그런 특성이 사회구조적으로 제약을 받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질환과 장애는 필연적으로 입력과 응답처럼 맞물려 있는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정신장애에서 다양성은 정신장애, 내지는 심리사회적 장애를 갖고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겪는 힘든 경험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제약을 당사자가 이상한 탓인 잘못으로 돌리지 않는 것과 연결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이들은 장애인 등록 여부 이전에 권익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 인권 주체이다. 당사자의 경험과 사회적 제약에 권익운동이 초점을 맞추어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어떻게 치료할까를 넘어서 어떻게 인권 중심 서비스와 자립을 논할 수 있을까를 거쳐, 어떻게 차별을 없애고 살아갈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정신질환인, 정신장애인, 사회심리적 장애 등의 용어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주장하는 당사자의 권익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빨리 치료되길 바라는 정신질환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보충하고 싶다.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 지장이 가니 관리하고 싶은 건 당사자 권익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것은 모순되는 지점이 아니다.

그저 낫기를 바라고 정상으로 살아가고 싶을 정신질환인이라면, 차라리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런 이들을 정신질환인이되 정신장애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언어를 정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시작하기를 정신장애인보다 정신질환인의 정체성을 갖고도 권익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과 정신장애, 심리사회적 장애에도 이렇듯 다차원적인 맥락이 고루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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